'2020 하류 노인이 온다'의 저자는 일본인으로, 12년간 생활 빈곤자를 상담하고 지원하는 현장에서 일한 사회복지사이다. 일본은 이미 2015년 노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6.6%를 차지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하였으며, 2015년 처음으로 작년대비 전체 인구가 감소하였다.

일본의 현재를 보면 한국의 미래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한국도 빠르게 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같은 정도의 대비책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의 노인문제는 훨씬 더 심각하기 때문인데, 이는 노인 빈곤률에서 잘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빈곤율은 48.6%로 OECD 1위이며, 2위가 30.6%로 2위와의 격차도 엄청나다. 일본의 노인 빈곤율은 22%에 불과하다. 일본은 노인 인구 비중이 많지만, 평균적 일본 노인은 부자그룹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노인 문제로 골머리를 썩으며, 일본 사회는 ‘하류노인’을 걱정하고 있다. 하류 노인에 대한 대비가 훨씬 더 필요한 것은 사실 일본이 아니라 한국인데 말이다.

  하류노인은 기초생활수급 정도의 소득으로 생활하거나 그 우려가 있는 고령자를 뜻하는 말로 ‘수입, 저축, 의지할 사람’이 없는 3無 상태이다. 즉 모든 안전망이 상실된 상태이다. 하류노인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국민 전체의 노후붕괴가 발생 가능하기 때문이다. 먼저

  1. 가족 중 누군가 하류노인이 되면 고령자를 부양하는 경제적 부담으로 자녀들도 파산이 가능하다. 또한

  2. '노인은 거추장스러우며, 사회의 짐이다' 라는 인식이 퍼져 고령자가 존경받던 가치관이 붕괴되고  나아가서는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인간은 불필요한 인간이라는 생명경시까지 이어질 수 있다.

  3. 젊은층은 하류노인을 보며 노후에 대한 희망을 잃고 저축을 의식하여 소비가 감퇴되고 이는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또한 젊은층은 많은 비용이 드는 출산을 포기하여, 저출산이라는 결과를 불러온다.

  언뜻 사회적 문제로 보이는 ‘노인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의학적인 지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많은 문제들, 상황들을 임상에서 많이 접하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입원의 원인이 된 급성 질병은 이미 치료가 되었는데, 부양해줄 가족이나 집이 없어서 퇴원을 못하는 등의 ‘사회적 입원’이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큰 문제이다.

  또한 국민 건강의 수준에서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고령자가 많아지는 것은 그들이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고독사 하는 의료 난민의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또한 하류 노인이 제때 의학적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은 조기 발견 조기 치료하면 빠르고 쉽게 치료할 수 있었던 병도, 병을 키워 terminal stage나 굉장히 많은 의료비가 들어가는 수준에서야 발견된다는 문제들이 있다.

  물론 노인문제의 경우 국가적인 정책을 통한 대비가 필수적인, 대응이 쉽지 않은 문제이긴 하지만 의료계 자체적인 대비와 노력도 꼭 필요하다. 일본 의료계의 경우, 민간 수준에서 굉장한 시도가 나타나고 있는데, 민간 의료기관에서 고령자를 대상으로 ‘조기발견, 조기치료’로 이어지도록 무료 또는 저액으로 진료하는 시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허가받은 병원의 경우 저소득층 환자는 무료 또는 저액으로 진찰이 가능하고, 진찰 횟수에 따라 병원은 세제상 우대를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우리나라에서도 시행한다면 매우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일본 의료의 대비는 1차 의료의 확충이다. 노령인구가 많아져서 병원의 병상이 부족한 현실에 이르게 되자, 현재 일본 정부와 일본 의료계는 ‘집에서 맞이하는 죽음’ 을 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과거의 왕진 제도와 비슷한데, 의학적으로 회복의 가능성이 높지 않은 환자를 병원에 눕혀두어 병상 부족과 의료비 상승을 견디는 것 보다, 환자가 사망에 이를 때면 ‘죽는 사람을 위한 왕진’을 통해 집에서 케어를 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환자가 집에서 사망하는데는 90만엔, 우리돈으로 900만원 정도가 들며 보통 전화로 통화하고 약을 받아서 먹고 한 달에 한번 정도 방문하는 비용은 50~ 80만원 정도가 든다고 하였다.

  혼자서 생활 유지가 힘든 노인을 위한 방안으로 노인홈이 있는데, 역시 비용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먼저 '특별양호 노인홈'은 사회복지 법인 등이 운영하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사회복지 시설이다. 요양이 필요한 고령자가 입소해 직원의 보살핌을 받으며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립 생활이 어려운 65세 이상 고령자는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압도적으로 시설 수가 부족하여 입소하기 까지 보통 3~5년 대기가 기본, 시설에 따라 10~15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사회복지 시설의 역할을 하는 특별양호 노인홈이 부족하다 보니, 소득 수준에 따라 두가지 형태의 노인홈으로 노인들이 분산된다. 먼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노인들의 경우에는  자택과 비슷한 '유료 노인홈'에 입주하는데, 입소료만 5천만원에서 1억원이며, 매달 200~300만원의 이용료를 낸다. 

  반대로 경제적으로 어렵고 요양이 필요한 사람들은 '무신고 유료 노인홈' 같은 불투명하고 이익중심인 곳으로 내몰린다. 이곳은 전문 복지사에 의한 서비스 없고 병원 진료를 필요할 때 받지 못하는 ‘눕혀만 두는 아파트’같은 곳이라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들은 하류 노인 주변에서 그들의 빈곤 탈출에 힘쓰는 것이 아니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두어 착취를 계속하는 사업자로, '빈곤 비즈니스'를 하는 이들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사회보장 시스템을 제도적으로는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한다. 사회보험, 사회서비스, 기초 생활보험 등 3대 사회복지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며, 제도적으로는 결함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부양을 할 수 있는 자녀가 있어 해당사항이 없거나, 제도 자체의 존재를 몰라 신청하지 못하는 등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빈곤노인이 많다. 더구나 일본의 3배가 넘는 하류노인의 시대가 다가오기에, 분명 재정적 문제에도 대비해야 한다.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일본이 16.1%로 OECD 6위, 한국은 50%로 압도적 1위이다. 이는 정말로 막막한 수치이다. 문제는 청년층, 어린이의 빈곤은 세대가 바뀌어도 격차가 고정되는 특성 – 계층이 고착화 된다는 것이다. 이는 미래에 하류 노인을 양산시킬 것이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비슷한 점은, 빈곤한 것은 자기자신 탓이라는 ‘자기 책임론’이 사회에 팽배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산성이 없는 사람은 필요없는 사람인가? 빈곤은 ‘노력하지 않은 죄’인가? 저자는 그렇지 아니하며, 연소득 4000만원 이하인 사람들은 누구나 하류노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빈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빈곤은 개인이 부족하고 노력하지 않아서 발생한것만은 아니다. 하류 노인을 만들어 내는 것은 사회이다.'라는 의식의 전환만이 빈곤 문제, 그리고 빈곤으로 인해 촉발되는 여러 질병의 고도화와 사회문제를 대처할 수 있다.

일본에서 선택실습하는 10월 한달 동안 100세가 넘는 입원 환자를 3명이나 보았다. 우리 병원에서 실습을 하는 기간 동안 90대 환자를 보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니었는데, 일본에서는 90대 환자는 정말 흔하디 흔한 환자였다. 이렇게 일본은 이미 고령화된 사회이고, 우리나라도 곧 그렇게 될 것이다.

  노인 빈곤률이 OECD 1위에 해당하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하류노인에 대한 대비를 더 열심히 해야하는 것은 자명하다. 정부가 하지 않는다면, 민간 차원에서나 의료계에서라도 대비 방안을 찾아보고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10월 한달 동안의 실습과, 이 책을 통해 완벽한 답은 아니었지만, 일본 정부와 의료계가 찾고 있는 해결책들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의미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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