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턴일을 하면서 하루에도 수십번 자괴감을 느끼고 있는 맹독성 리트리버입니다.

제가 본과3학년 때에 한달간 일본 도쿄의 세인트마리아나 의과대학 병원에서 실습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때 느꼈던 것들을 적어보려 합니다.

JMLE를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짧은 기간이었지만 제가 느낀 일본 대학병원의 느낌과 우리나라와의 차이가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


일본 세인트마리나 의과대학입니다.



1) 실습을 하게 된 배경 및 목적

  인구 고령화 문제에 대한 일본의 대응은?
  일본의 과거와 현재를 보면 우리나라의 미래를 알 수 있다’는 말처럼, 우리나라가 대면하고 있는 인구고령화, 지방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 의료 수요의 감소와 도시로의 집중과 같은 문제점들을 우리나라보다 10년 이상 먼저 경험한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 동경 세인트마리아나 대학을 해외 연수기관으로 선택하게 된 가장 큰 동기는 급격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의 의료 문제 해결방안을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일본은 2015년 노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6.6%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으며, 2015년 처음으로 전년대비 전체 인구가 감소하였다. 한국은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통계를 보면 2015년 노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3.1%로 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합계출산률은 1.24명으로 OECD 평균인 1.68명은 물론 일본의 1.42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는 세계에서 유래없는 속도로 진행중이며, 곧 닥쳐올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이다.



  인구 고령화는 의학적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의료비 증가와 사회의 성장 감소라는 중요한 문제들을 지니고 있어 미래에 반드시 국가의 존망이 달린 중요한 문제로 부상할 것이고, 이때 제대로된 의료계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한국의료,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더구나 한국의 노인문제는 일본에 비해 훨씬 더 심각하다. 이는 노인 빈곤률에서 잘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의 빈곤율은 48.6%로 OECD 1위이며, 30.6%인 2위와의 격차도 엄청나다. 일본의 노인 빈곤율은 22%에 불과하다. 일본은 노인 인구 비율이 높지만, 평균적 일본 노인은 부자그룹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에도 노인 문제로 골머리를 썩으며, 일본 사회는 ‘하류노인’을 걱정하고 있다. 하류 노인에 대한 대비가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사실 일본이 아니라 한국인데 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이 의료적 측면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증가하는 악성종양을 다루는 Clinical Oncology나, 환자에 대한 다면적인 접근이 필요한 general internal medicine과, 소화기내과에서의 실습을 통해 일본 의료의 대응방법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또한 소아과에서의 실습은 일본이 저출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또 어떻게 소아 건강을 증진시키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일본 대학에서 배우는 ‘환자 교육’의 방법들

  학교에서에서 여러 과들을 실습하면서 ‘환자 교육’은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인데도 의사의 시간이 투자된 만큼 환자의 행동변화를 유발하지 않는, 쉽지 않은 분야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미리 실습담당 교수님께서 세인트 마리아나 대학에 대해서 알려 주신 정보에 따르면 일본 병원, 특히 세인트 마리아나 대학은 환자 교육을 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따라서 어떠한 방식으로 환자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싶었다.
  또한 공학 강국인 일본은 현재 의료계의 화두인 ‘딥마인드’ ‘융합의학’등 로봇 기술, 인공 지능 분야의 첨단을 달리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앞으로 50여년 이상 의료계에 종사하게 될 우리 세대가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실습 기회를 얻는다면 어떠한 시도와 발전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물론 그러한 발전에 대비하는 일본의 예비의료인이나 의료인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알아보고 싶다.

  ‘환자 안전’

  본과 2학년 1학기 때 배웠던 ‘환자 안전’수업을 매우 인상 깊게 들은 후, 존스 홉킨스에서 환자안전을 전공하신 박사님께 메일을 보내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이번 선택 실습 기간에도 환자 안전에 대해서 박사님이 계신 곳에서 실습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지 문의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선생님께 조언을 구해 가며 여러 가지 공부를 해 본 결과, 일본은 이러한 ‘환자 안전’ 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어 병원과 의료진의 신뢰도마저 의심받던 시기에 미스비시, 도요타의 공정 과정을 벤치마킹하여 ‘환자 안전 시스템’ 분야에서 선구적이라 할 수 있는 많은 발전을 이룩한 나라였다. 때문에 ‘환자 안전’분야에 대한 평소의 관심도 동경 세인트마리아나 대학에 지원하게 된 동기 중 한 가지이다. 이번 실습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병원과 비교하여 ‘환자 안전’분야에서 동경의 병원은 어떤 체계를 지니고 있고, 학생들에게 어떠한 교육이 이루어 지고 있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싶었다.

 
2) 실습에서 경험한 내용과 느낀점

  2-1) 1주차 : Gastroenterology(소화기 내과)

환자교육 분야 – 생각보다 신기술을 활용한 것들은 존재하지 않음. 오히려 기본에 충실한 방법으로, 인쇄물과 반복된 교육을 중요시하는 방법을 사용

  환자 교육이 굉장히 발달되어있다고 해서 어떠한 방식으로 환자 교육을 진행하는지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생각하고 있었던 것과는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기대한 것은 서울의 대학 병원들처럼 환자의 상태를 IT 기술을 이용하여 Follow up 하는 어플과 같은 기술을 이용한다는 대답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의 교육법이나, 새로운 방식들을 사용하기 보다는 오히려 기본으로 돌아가 환자 교육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의사 뿐만 아니라 간호사, 약사 등이 환자를 만날 때마다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서 교육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환자 교육 방식의 차이는 일본 의료의 대상이 되는 인구 연령대가 고령자가 많아 IT 기술의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도 한 몫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후학 양성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일본의 대학병원. 우리나라는?

   ERCP, 내시경 등의 손기술이 필요한 술기의 경우 테크닉은 솔직히 한국 의사들이  훨씬 더 빠르고 숙련된 느낌이었다. 내시경의 경우 한국과의 차이는 폴립이 있어도 바로 biopsy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만약에 있다고 해도 염색을 해보고, 악성이 의심될 경우에는 다시 날짜를 잡고 더욱 숙련된 의사가 내시경을 시행, biopsy를 시행하는 시스템이었다. 한편으로는 굉장히 비효율 적으로 보이지만, 진단적 목적의 내시경은 가장 숙련이 덜 된 의사들이 맡아서 하고 그 위에 치료적 내시경은 더 숙련된 의사들이 한다는 것을 확실히 구분해서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다른 점은 기본적으로 대학병원이 후학 양성을 위한 곳이라는 동의가 의사들끼리는 물론 환자들에게까지 퍼져있는 듯하였다. 그 예로 나카노 선생님이 처음으로 liver biopsy를 하는 것 같았는데, 한 30분정도를 찌르지 못하고 망설이는 사이에 환자의 국소 마취가 풀렸는데 환자는 불평이나 불만을 하나도 호소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였으면 어디 돌팔이를 데려왔냐고, 교수 나오라고 난리가 나지 않았을까. 하는 장면이었다. 이렇게 거의 모든 procedure가 먼저 경험이 부족한 의사가 시도를 하고, 막히거나 문제가 있으면 경험이 많은 선생님이 와서 해결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방식이지만 후배 의사들에게 많은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후학양성에는 매우 긍정적인 의미가 있는 듯하다.

  또한 우리나라랑 다른 점은 학생의사의 신분이 비교적 명확하고, 본과 2학년에서 3학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학생의사가 되기 위한 우리나라로 치면 국시 실기시험을 친다는 점이 특이했다.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에게는 student doctor's license라는 것을 발급한다. 이러한 제도가 있다는 것은 환자에게 자신의 신분을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며, 실습을 하기 전에 최소한의 지식을 확인하는 의미를 지닌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학생의사' 라는 것을 환자들에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사실 학생의사가 환자에게 채혈같은 시술을 하거나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의료진이 환자에게 하는 시술/수술을 참관하거나, 환자에게 다시한번 문진을 하는 정도로 교육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우리나라의 경우 이 과정에서 '학생의사'라는 것을 밝히지 않고 거짓말도 하지 않지만 진실도 말하지 않은 채 '의료진인 척' 뭉개면서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실습을 했던 나도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그랬다)

   '의과대학의 교육기관으로써의 역할' 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의료계가 힘써서 이끌어 내야 함과 동시에, 이러한 학생 의사의 자격을 인증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적어도 대학병원이라면 환자에게 직접적인 해가 갈 위험이 없는 경우 -즉 참관 수준의 실습이 이루어지는 것들은 환자들이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의료진도 면허를 걸고 진료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 새로운 술기를 시키거나 하지는 않는다.






  2-2) 2주차 – general internal medicine(가정의학과)

  Point : 인구 고령화에 대한 일본 의료의 대응.

 

  일본의 병원에는 정말 나이 많은 환자가 많다. 우리 학교 병원에서는 90대 이상을 거의 본적이 없었는데, 내가 실습을 돌던 기간만 하더라도 가정의학과에서 5명의 환자가 93세, 94세 등 90세 이상이었고, 고령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건강해 보였다. 실습 기간을 통틀어서 100세 이상인 환자를 3명이나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나이가 많다고 시술이나 수술을 못하는 일은 없으며 전체적 몸상태를 더욱 중시한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Tama 병원에 있는 동안 나를 맡아서 지도해주신 타카하다 선생님과의 대화에서 현재 인구 노령화 현상에 대해서 일본 의료가 현재 대응하는 최신 방안을 들을 수 있었는데, 노령인구가 많아져서 병원의 병상이 부족한 현실에 이르게 되자, 현재 일본 정부와 일본 의료계는 ‘집에서 맞이하는 죽음’ 을 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의 왕진 제도와 비슷한데, 의학적으로 회복의 가능성이 높지 않은 환자를 병원에 눕혀두어 병상 부족과 의료비 상승을 견디는 것 보다, 환자가 사망에 이를 때면 ‘죽는 사람을 위한 왕진’을 통해 집에서 케어를 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환자가 집에서 사망하는 데는 90만엔, 우리 돈으로 900만원 정도가 들며, 보통 전화로 통화하고 약을 받아서 먹고 한달에 한번정도 방문하는 비용은 50~ 80만원 정도가 든다고 하였다.

  또 일본은 노인의 경우에는 요양원에서 지내는 것이 더 일반적이라고 하는데, 아예 전적으로 요양원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9시에서 4시, 5시까지 출퇴근 하는 형식으로 자녀가 부모님을 모셔다 드리는 형태로 되어 있다고 하였다. 또 다른 형태로는 1주일은 요양원, 1주일은 집에서 생활하는 등의 여러 형태의 요양원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의 요양원은 역시 비용이 문제이고,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지지 기반이 없는 노인은 입원의 원인이 된 질병이 호전되고 나서도 퇴원하지 못하는 ‘사회적 입원’이 많다고 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입원 중 타카하다 선생님이 경험한 최장 기간은 6개월이라고 하였다. 일본의 경우 질병이 회복된 다음에도 환자들에게 퇴원을 권유하긴 하지만 우리나라보다는 그 강도가 많이 약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우리나라는 다른 위급한 환자들이 입원해야 하기 때문에 퇴원을 하셔야 한다고 말하는 편이다) 일본의 요양홈을 직접 관찰하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직접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실습 일정일 빡빡하고, 의사 소통이 되는 직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문제로 인해 무산되어 아쉬움이 남았다.



part2 에서 계속됩니다


--> 일본병원에서의 한달, 일본의료에서 인구고령화의 대책을 구하다 Par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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