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너무 지쳤고 시간이 얼마 없다.

 

 

이국종 아주대학교 병원 중증외상 센터장

 

 

--

 

 

PART 1. 이국종 교수 개인의 관점. - 이국종은 과연 행복할까. ‘작은 이국종들은 과연 행복할까?

 

 

2. 미래에 의료인의 꿈을 꾸는 사람의 관점. - 손석희 앵커님의 질문. 사람의 생명을 다루지 않는 우리들은 나쁜 의사들인가?

 

 

3. 언젠가 나의 소중한 가족이나 직접 외상 외과의 도움을 받아야 할 지모르는 국민들의 입장. - 제도의 문제

 

 

 

 

먼저 이국종 교수님과 생명의 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환자를 돕기 위해서 애쓰는 수많은 의료진들의 희생정신과, 환자를 위하는 마음에 진심으로 존경의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나는 이국종 교수님의 열렬한 지지자이며, 팬이다.

 

 

 

 

그러나 이국종 교수님의 삶에 대해 알아갈수록, 나는 이국종이 되고싶지 않다. (되고싶다고 그처럼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 평생을 다해 그처럼 살려고 노력해도 그의 발끝만치라도 따라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그처럼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내가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이국종 선생님보다 부족한 사람이라서, 나 자신의 삶도 중요한 사람이라서 이런 생각이 드는거겠지 라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워 지는 찰나, 이국종 선생님의인터뷰를 보았다.

 

 

--

-다시 의대 시절로 돌아가면 선택한다면 외과를 하고 싶지 않나.

다시는 외과를 하고 싶지 않다. 대학병원을 그만두고 나가도 할 일이 있어야 되는데 외과, 외상외과는 나가서 할 일도 없다. 학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의대 자체를 안가고 싶다. 아니면 환자 생사의 갈림길에 있지 않는 진료과에 가면 좋을 것 같다. 지금도 외딴 곳에 가서 조용히 혼자 환자를 돌보는 일을 하고 싶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왜 의사가 됐지', '왜 외과의사가 됐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

 

 

 

 

심지어, 이국종도 이국종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너무 지쳤고 시간이 얼마 없다" 이국종 교수님이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http://m.medigatenews.com/news/2601728052

 

 

 

 

 

 

 

 

 

 

너무나도 멋진 이국종 교수님이지만, 개인의 삶은 나같은 평범한 사람의 시각으로는 불행해 보인다. 빚이 8억이 넘고 한쪽 눈은 실명에 가까울 정도이며 개인의 삶은 없이 환자를 위해서 자신의 모든 시간을 바치며 가족을 위한 시간은 없어 보인다.

 

 

심지어, 이렇게 열심히 자신을 바쳐 가면서 일하는데, 병원에는 적자의 주범이다. 열심히 진료를 하면 할수록, 사람을 살리면 살릴수록 손해를 보는 믿기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

이국종 교수는 외상센터가 필요한 인력과 장비가 많아 적자를 안기고 있다고 했다. 사진=아주대 제공

 

 

-외상센터는 병원에 적자를 안기고 있나. 아주대 교수회 소식지 '탁류청론'에 외상센터가 연간 1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고 썼다.

외상센터는 필요한 장비와 인력이 많다 보니 항상 적자다. 정확한 수치를 보면 20093월부터 20102월까지 1년간 84900만원의 적자가 났다. 20103월부터 201010월까지는 8개월만에 적자 규모가 87100만원이었다. 이후 현재까지 매년 적자가 20억원까지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정부로부터 받는 외상센터 지원금으로 겨우 적자를 메우는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성과급 액수도 형편없다. 3달에 한번 성과급을 받는데 한 번은 120만원이었고 그 다음은 98만원이었다. 생명을 살리고 힘든 일을 하는데 성과급 치고 너무 적지 않나. 성과급을 많이 받는 동료 의대 교수와 비교하면 연봉이 3배까지 차이 난다.

--

 

 

 

 

그렇다면 어떻게 병원이 망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다른 과에서 나온 수익으로 겨우 적자를 메꾸는 현실이다. 하도 의료로 수익을 내는 것이 금기시 되는 분위기다보니 다른 과에서 수익이 난다는 사실 만으로, 다른과에서는 환자들 등이라도 쳐먹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실제로 우리나라 big 5 대학으로 불리는 서울 삼성 의료원, 서울 아산 의료원은 모두 엄청난 적자를 내면서 모기업의 지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환자를 보면 볼수록 병원에 적자를 남기는 의사,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유명세 한번 타지 못하고 열심히 진료하는 의사들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는 의사. 바로 이국종이다.

 

 

 

 

그는 불행해 '보인다'.

 

 

 

 

 

 

그럼에도 '석해균 선장이 정말 총상을 입었던 것이 맞냐는'식의 비아냥을 듣던 그였다.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이지, 상처의 원인을 규명하는 법의학자가 아님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더구나 총상 환자를 경험할 확률이 거의 0에 수렴하는 한국 환자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이제 이국종 교수는 의사를 넘어 상징적인 존재가 되어버렸다.

 

 

 

 

국민들은 그에게 기대의 눈빛을 보내고 있고 의사들은 그가 의료 정책에 대해서 논평하여 일반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주길 바란다. 언론은 계속해서 새로운 기사거리를 찾아 그에게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어민다.

 

 

 

 

요즘 이국종 교수님은 어깨가 너무 무거워 보인다. 천하의 이국종 선생님 마저도 실수할 수 있음을, 실수 할 수 있음을 모두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순간이 와도 우리가 건강한 사회로서 한 개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는 의느님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다.

 

 

 

 

우리중 누구도 신의 이름을 부여받았을 때에 부족하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는 감사를 힌 것은 좋지만 부디 신의 이름을 부여하지는 않기를.

 

 

이국종 교수님이 원하신 것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이국종 교수님은 적어도 영웅은 되었다. 이제 적어도 이국종 교수님의 외상의료 센터가 돈이 없어서 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세상의 많은

 

 

 

 

 

 

온정의 시선은 한 순간 뿐이다. 한국인의 냄비근성은 3개월을 넘긴 적이 없다. 다들 자기 살기 바쁘고,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심각한 외상으로 죽어가는 사람은 3개월 뒤에도, 일년 뒤에도 계속해서 생겨 날 것이다.

 

 

 

 

--

 

 

나도 이국종 교수님처럼 멋진 의사가 되는 꿈을 꾸고 싶다.

 

 

 

 

 

 

나는 그의 십자가를 잠시나마 나누어 들어줄 만큼의 인물이 되지 못한다.

 

 

 

 

그의 십자가에는 '이런분이 진짜 의사지'라는 말이 쓰여있다. '다른과 의사들은 돈만 아는 배부른 새끼들'이라는 말이 쓰여있다.

 

 

실제 한 포털사이트의 이국종 선생님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좋아요와 반대 수를 보면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다.

 

 

 

 

 

 

 

 

나는 환자를 살리고, 환자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지만, 그만큼 나도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

 

 

 

 

 

 

 

 

 

 

 

 

 

 

 

 

 

 

의사는 돈은 생각 않고 환자의 목숨을 살리는 일 만을 해야한다. 라는 주장은 듣기에는 만족스럽고 국민들을 흐-뭇하게 만들어 줄 지언정, 중증외상전문의의 부재라는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의사의 가치는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데에만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자. 전국의 수많은 내과의사들은 사람을 살리는데에 기여하고 있지 않은가? 산부인과 의사들은?

 

 

목숨에 관련이 없는 일을 하는 의사들은 흔히 비난의 대상이 되고 한다.

 

 

그러나 목숨을 다루지 않는 의사들은 모두 가치 없는 적폐들인가?

 

 

사람의 목소리에 큰 관심이 있는 의사가 있을 수 있다. 이 의사는 목소리가 허스키해서 평생동안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여성들을 도와주거나, 목소리가 얇고 고음이라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남성들의 삶을 극적으로 좋아지게 도와줄 수 있다. 물론 그것이 사람의 생명과는 관련이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정말 외과가 맞지 않다. 일단 손가락이 안좋아서 펜을 오랫동안 잡고 공부하기만 해도 손가락에 무리가 온다. 오래 서있는 것도 싫다. 수술방의 바짝 곤두선, 실수 한번으로 사람의 생명이 오락가락 하는 분위기도 견뎌낼 자신이 없다.

 

 

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되어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 그러나 정신질환은 대부분은 생명과는 큰 관련이 없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모든 미래의 의료인들이 자신의 전문 과목을 선택할 때에 오로지 돈만을 보고 선택하거나, 오로지 환자사랑만을 위해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 다른 직업을 선택한 사람들과 같이 개인의 취향, 미래에 대한 전망, 자신의 성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과 등을 고려해서 내린 현실적인 선택들이다. (물론 그중 일부는 환자에 대한 사랑으로 쉽지 않은 과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모든 의사들을 이국종 교수처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모든 의사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을 이국종 교수처럼 만들어야 할 것이다.

 

 

 

 

흔히 의사는 선해야 한다라고 한다. 의사들을 선하게 만들 교육방법이 있거나, 선한 사람들만 골라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제발 그 방법을 알려주기 바란다.

 

 

그 교육방법은 의사들에만 적용될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슬프게도 그런 방법은 없다. 정책을 고민할 때에는 이상과는 다른 냉정한 현실에서 시작하여야 한다.

 

 

 

 

다시한번 말한다. 모든 의사가 이국종 교수님이 되길 바라는 것은 착한 사람만이 존재하는 세상을 바라는 것과 같다.

 

 

 

 

물론 착한 사람만이 존재하는 세상을 바라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우리는 결정해야 한다. 모든 의사가 환자밖에 모르며 파산을 감수하고 진료하는 이국종이 되기를 기도하며 밤을 지새우거나, 평범하거나 심지어 평균보다 악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환자를 위해 일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 것인지 선택해야만 한다.

 

 

 

 

 

 

 

 

모든 의사들이 15년간 중증외상 센터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한다라는 댓글을 쓴 사람과 그 댓글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묻고 싶다.

 

 

당신은 위기의 상황에서 당신을 치료해줄 의사를 원하는 것인가? 아니면 당신의 편함을 위해서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거기다 가격까지 싼노예를 바라고 있는 것인가?

 

 

백보 양보해서 당신들의 주장이 이루어 질 수 있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그렇게 착하지 않다. 바로 당신들이 그정도로 착하지 않은 바로 그 이유로.

 

 

인간의 선함에 기대어, 영웅들을 필요로 하는 정책들은 필연적으로 실패한다.

 

 

정책의 실패로 당신의 소중한 사람을 살린 기회를 잃는다면 당신은 아마 국가와 의사들을 향해 울부짓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의사들은 그 장면을 매일매일 맞닥뜨리고 있다. 이국종 선생님과, 국민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의사 선생님들께 다시한번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PART 3 . 이국종이 필요 없는 나라를 위하여.

 

 

이국종 교수님을 만난 것이 행운인 나라는 필연적으로 이국종 교수님을 만나 불행하게 죽는 사람들을 만들어 낸다.

 

 

 

 

이국종 교수님을 만난 것이 행운이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누릴 수 있는 일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국종 교수님의 클론을 만들 기술은 아직 부족하다.

 

 

 

 

이국종 교수님의 희생에 의존하는 사회는 필연적으로 이국종 교수님 본인과 살릴 수 있었던 사람들과 그의 가족을 불행하게 만든다.

 

 

 

 

생명은 가장 소중한 가치이다.

 

 

 

 

이국종 교수님은 행복하실까. 알수는 없지만.

 

 

 

 

그를 영웅으로 만들고, 그에게 십자가를 지울 수록 그는 불행해진다. 한국의 영웅은 필연적으로 단명하거나, 단명한 자만이 영웅이 된다.

 

 

 

 

의사 이국종이 잊혀져서 평범한 중증외상 전문의중 한명이 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나라를 지키는 것이 군인의 역할이기에, 젊음을 삐았긴 그들의 희생이 당연한 것이 아닌 것처럼.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다고 해서 그들이 자신의 행복을 좀먹어 가며 환자들을 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당위성을 넘은 그 이상의 숭고한 행위이다.

 

 

 

 

 

 

 

 

평생을 거친 희생의 끝이 이국종이 되어 불행한 삶을 살거나 이국종이 되지 못하여 그를 마음 한편으로 시기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면, 부끄럽지만 나는 이 길을 나아갈 자신이 없다.

 

 

 

 

 

 

 

 

사실 외상센터를 살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죽어가는 환자 한명을 치료했을때 병원이 이득을 볼 수 있을 정도의 수가를 보전해 주면 된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의사가 대하는 것은 눈앞의 환자 한명이지만, 국가 정책을 다루는 사람이 보기에 한명의 사람을 살리는 데에 2억에 가까운 돈이 드는 것은 손해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생명은 얼마정도의 가치가 있는가.

 

 

'의료사고'로 의심되는 사고를 다룬 기사에 달린 댓글들처럼 사람의 생명이 소중하다면, 그 생명을 다루는 데 드는 비용을 아까워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대상이 나나 나의 가족이 아닌 순간 사람들의 응원은 한순간에 불과하다.

 

 

 

 

 

 

 

 

 

 

 

 

이국종을 만나 생명을 건진 환자가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국종을 만나지 못하면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이국종 교수의 어깨에 지운 짐을 이젠 그만 내려주자.

 

 

이국종 교수님이 이젠 더이상 여력이 없다며 아주대학교 병원에 사표를 내고, 이국종외과의원을 개원하여 월 1억의 기적신화를 달성한다면

 

 

누군가의 희생을 필요로 하는 제도는 유지될 수 없다.

 

 

사정이 어려운 환자의 치료를 한두명은 무료로 해줄 수 있지 모르지만, 그것이 이어지면 병원이 망해 누구도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의사는 눈앞의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이고,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보는 것은 환자 한명을 살리는 '시도'에 억대의 치료비가 든다는 사실이다.

 

무엇이 옳은가? 지금 당장 어떤 변화를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한번쯤 자신의 생각을 정리 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