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맹독성리트리버입니다.

 

오늘 서울은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부산에 있다가 올라온지라 날씨가 많이 쌀쌀하게 느껴지네요.

 

매년 이맘때쯤이면 공기의 냄새가 바뀐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어느순간 갑자기 훅 들어오는 쌉싸름 하면서 비릿한 냄새. 공기가 몸에 파고드는 기분을 들게 하는,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공기입니다.

 

N수 이상 한 사람들은 이 냄새를 '수능 냄새'라고 하더군요. 저도 지금까지 꽤 많은 시험들을 지나왔지만, 아직까지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시험은 수능이었기에 그 얘기에 많이 와닿습니다.

 

뭔가 설레기도 하면서, 약간 두려운 느낌,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압박감의 무게가 다시한번 실감나는 느낌이랄까요.

 

가을이 와서 그런걸까요? 여자들은 봄을 타고, 남자들은 가을을 탄다던데 가을을 타서 그런건지, 아니면 여러번의 수험생활을 거치면서 이 시기가 되면 나도 모르게 시험에 대한 압박이 다가오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준비하는 의사국가고시 필기시험은 오늘로 D-100일입니다.

 

매번 일년중 이맘때쯤이면, 슬쩍 수험생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가서 수능은 몇일 남았는지, 보게 됩니다. 오늘로 2018년 수능은 46일이 남았다고 하네요.

 

하루하루 열심히 하면 되겠지 했던 시험 대비도 막상 내일이면 100일도 안남았다고 하니, 긴장으로 배가 살살 아파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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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생각을 하니, 자연스레 고등학교 3학년, 그리고 재수학원을 다니던 시절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시절을 돌아보면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수능 준비하던 기간은 늘 망망대해에서 작은 뗏목에 몸을 맡고 표류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공부도 힘들었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대학에 와서 6년을 공부하며, 이전에 비해 적은 에너지로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지만, 열정이라 해야 할지 독기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 에너지 같은 것들은 그때에 비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다시 돌아간다면 그때보다 더 효율적으로 공부할수는 있겠지만, 그때의 저에겐 그때의 공부방식과 그때의 노력이 최선이었던 것을 압니다.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하던 시절에도 가슴떨리던 짝사랑의 기억이 있었습니다.

 

재수학원 같은반이었던 그녀를 보고 가슴떨리던 마음,

 

 잠자리에 누워 눈을 감아도 계속해서 생각이 나서 괴로웠던 기억들.

 

 하지만 지금은 공부만 해도 벅차다는 생각으로 제대로 된 대화한번 못하고, 그저 멀리서 지켜보고만 있었던 마음. 수능을 이정도 남겼을때, 그친구가 다른 남자아이와 부쩍 가까워진것을 보고 홀로 가슴아프던 기억들까지 생각이 나네요.

 

이제는 정말 희미해졌지만, 그친구가 머리를 묶던 뒷모습 만큼은 계속해서 생각이 납니다. 수험생활 내내 그 뒷모습만 지겹도록 봤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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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것을 쳐다볼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다

 

사실 시간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것이 맞을 것이다.

 

자유롭고 싶다. 언제쯤 이 굴레에서 벗어날수 잇을까.

 

그러나 한편으론 이 굴레가 그렇게 싫은 것만은 아니다.

 

그래서 이러고 사나 보다. 굴레는 괴롭지만, 일종의 안정감을 내포하고 있어서, 나를 중독되게 한다.

 

아, 챗바퀴를 돌리는 햄스터들도 이런 안정감때문에 챗바퀴를 돌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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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스터디 카페라는 곳에 가서 공부를 했는데 연휴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열심히 공부를 하더군요.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궁금증이 들어 옆자리를 슬쩍슬쩍 봤는데, 공무원 준비생도 있고, 수험생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선택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자유로운 삶이 맞겠지요? 목표를 위해 살아가는 지금의 삶이 싫지는 않지만 왠지 푸념하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것을 오늘의 날씨 때문으로 돌려 봅니다.

 

수험생 뿐만이 아니라, 목표를 위해 열심히 정진하고 계시는 모든 분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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