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6년의 의과대학 과정과 '의사 국가고시'라는 시험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의사 국가고시는 실기와 필기로 나누어져 있고, 실기 시험에서 환자를 진료하게 되는 기본 증상 54가지를 정해두고 각 증상을 호소하며 진료실에 찾아온 환자를 어떻게 진료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기 시험을 친다.

그 54가지 항목중에 한가지가, '자살사고'이다.

10분이라는 시간 내에, 예비 의사는 환자가 왜 자살 사고를 하게 되었는지 계기와, 경제적 문제나 사회적 지지, 우울증, 신체적 질환 등의 여부를 파악하며, 환자의 감정에 공감하고, 환자의 자살을 막기위한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마광수 교수가 자살 했다는 기사를 본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나는 그의 삶이나, 작품에 대해서 지식이 거의 없다. 그러나 그에 대해 회상하는, 그의 수업을 들었던 제자중 한명의 글을 보고 나는 '마광수 교수가 나의 진료실에 들어와,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을때 , 그에게 '감히' 공감하거나, 그를 말릴 자신이 없어졌다.

 

 


삶은 지독한 고통이다.

사랑 역시 고통이다. 지금의 삶이 못견디게 행복하다해도,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죽음이라는 방식으로 그것을 앗아간다.

그는 평소에 우울증을 앓았다고 한다. 그는 평소에 자신의 작품은 본질적인 욕망에 대해 솔직했을 뿐이며, 그 욕망을 사라져버린 

그의 책을 읽어보지도, 인간 마광수를 겪어보지도 못한 나이기에 그의 죽음이 삶에 대한 고독한 직관을 통한 선택인지, 우울증으로 인한 안타까운 결과인지는 알 수 없다.

그가 생전에 작성해둔 '자살자를 위하여'를 보며, 살아있는 내가 눈물을 흘리도록 슬퍼지는 것은 왜일까.

우리 사회에 '예술인가 외설인가'라는 논란을 불러왔던 그의 죽음은, 적어도 나에게는 '자살자를 말릴 권리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남겼다.


 
동성애가 정신질환 목록에서 제외된 지 40년이 지났다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43년 전인 1973년, < 미국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가 전 세계적으로 정신과 진단의 표준을 제시하는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 3판(DSM-III,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III)1)에서 동성애를 정신과 진단명에서 삭제하기로 결정하였다.

 



30년 전까지만 해도 동성애는 의학적으로 '병'으로 취급받았다. 30년 전까지만해도 정신과 의사들은 동성애를 병이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멀지않은 미래에,  '우울증'은 병이지만, 자신의 삶에 대한 직관과 철학적 논의를 거친 자살은 병이 아니라고, 선언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약간은 두려워 졌다.

지금의 나는 그저, 자살을 하러 왔다는 마광수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게 설득당할 마음의 준비를 할 뿐이다.

인생에 대해서 논할때, 의사도 오롯이 한 명의 인간일 뿐이다.


'자살자를 위하여' - 마 광 수

우리는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죽을 권리라도 있어야 한다
 자살하는 이를 비웃지 말라
 그의 좌절을 비웃지 말라
 참아라 참아라 하지 말라
 이 땅에 태어난 행복,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의무를 말하지 말라

 바람이 부는 것은 바람이 불고 싶기 때문
 우리를 위하여 부는 것은 아니다
 비가 오는 것은 비가 오고 싶기 때문
 우리를 위하여 오는 것은 아니다
 천둥, 벼락이 치는 것은 치고 싶기 때문
 우리를 괴롭히려고 치는 것은 아니다
 바다 속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것은 헤엄치고 싶기 때문
 우리에게 잡아먹히려고,
우리의 생명을 연장시키려고
 헤엄치는 것은 아니다

 자살자를 비웃지 말라
 그의 용기 없음을 비웃지 말라
 그는 가장 용기 있는 자
 그는 가장 자비로운 자
 스스로의 생명을 스스로 책임 맡은 자
 가장 비겁하지 않은 자
 가장 양심이 살아 있는 자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에게 치열하게 솔직했을, 마광수 교수를 진심으로 애도하며, 진정으로 자유로워 지셨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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