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품, 보약, 만병통치약으로 불리는 것들은 의학을 전공하는 나에게 있어 소름끼치도록 듣기 싫은 소리다.

제발 먹지 않았으면 하는 만병통치약, 보약, 건강식품에 주로 등장하는 문구는 다음과 같다.

'이런 분에게 추천합니다!

'체력이 딸리는 수험생,' '만성피로를 앓으시는 분,' '소화가 안되시는 분'

 

 

그래도 많은 건강한 사람들이 위의 것들을 찾아다니고 환자가 되어 병원에 오거나, 환자들이 건강식품, 보약, 만병통치약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의술을 하려면 반드시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왜 사람들은 그렇게도 건강식품, 보약, 만병통치약을 찾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먼저, 모든 사람은 건강해지고 싶다. 게으른 사람도, 일이 너무 바빠서 시간을 낼 수 없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일이 너무 바쁘거나, 자신의 건강을 위해 식단을 관리하고 일주일에 3번 이상 30분 운동하기 싫은 사람들에게, 현대 의학은 '식단을 관리하고 일주일에 3번 이상 30분 운동하세요.'라고 한다.

당연히 통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사람들에 '몸에 좋은 음식, 보약, 만병통치약' 은 너무나 달콤하게 속삭인다.

"우리약만 먹어봐~ 몸에서 힘이 펄펄 넘쳐~ 한번에 다 해결돼~"

이 말을 다른말로 바꾸면, '너의 잘못이 아니야! 힘든데 어떻게해?? 노력할 필요 없어~~ 오빠가 다 해결해줄게!' 라는 말이다!

당연히 사람들은 편한 길을 가고 싶어하고, 이런 사람들은 응급실에서 비응급으로 10만원 넘게 나왔다며 응급실이 떠나가게 소리를 지르며 항의하면서 월 100만원짜리 보약, 가시오가피는 '내 건강은 내가 지쳐야지'라고 자위하면서 흔쾌히 구매한다.

 

 

 


둘째로, '우리만 아는 명약, 나만아는 명약'같은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누가그러는데 ~가 좋더다라, 누가 ~를 먹고 건강해졌다더라 하는 이야기가 환자들을 유혹한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세계는 넓고 제약회사는 많다. 그리고 제약회사는 돈이 엄~청 많다.

 

 


지금도 항암제, 비만치료제, 고혈압약, 당뇨약 등 수많은 약들의 개발 비용으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넣고 있는데, '좋다고 알려진 식품, 보약'에 대한 실험은 당연히 해보지 않았을까? 

실험결과, 이미 쓰이고 있는 약보다 좋은 효과가 없었거나, 부작용이 너무 심해 도저히 쓸 수 없는 성분이기에 버려진 약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우연히 옆집 누구아빠가 말해준 그 보약, 그 진액이 모든 제약회사가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는 그 약일까?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다.

 

 

 


셋째, 시간의 선후관계에 있다고 해서 원인과 결과 관계가 아닌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모든 것을 버리고 산속에 들어가 자연식만 했더니 암이 깨끗하게 나았다, 무슨 쑥을 먹으니 암이 완치되었다 하는 언론에도 종종 보도되는 이야기들은 사실 의학적으로는 근거가 없다. 그야말로 기적인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대 의학으로 치료가 불가능해서 기적이 필요한 분들께서 기적을 찾아 떠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그러나 현대 의학으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거나, 치료가 가능한데도 기적의 힘을 먼저 찾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안타깝게도, 어떤 쑥을 먹었거나, 산속에 들어가서 암이 나았다는 것은 시간적 선후관계는 있지만, 과학적, 통계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일이며 따라서 인과관계가 아니다. 

미안한 말이지만 종교가 있는 사람이라면, 열심히 기도하는 것이 기적을 기대하기에 더 좋은 방법이다.

 


 



의사들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환자들이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근거없는 의학을 선택하는 것은, 의사들의 잘못도 일부는 있다.(사실 수가체계의 문제가 근본 원인이지만) 

뭐, 그래서 누가 읽을지 모르는 이런 글을 쓰고 앉아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너무 환자들을 나쁘게만 표현한 것 같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 있다보면(아직 진료라는 것을 해본적도 없지만) 나도 모르게 화가나는 상황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사실 의사들이 정말로 미워하는 것은, 나쁜 사람들에게 속은 환자가 아니라 순진한 환자를 속이는 나쁜 사람들이다.

 

제발 죽으려면 혼자 죽길 바란다. 엄한 사람들 괴롭히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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