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맹독성 리트리버입니다.


오늘은 유시민 작가의 '표현의 기술'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사실 읽은지는 꽤 되었는데, 생각한 만큼 글이 잘 나오지 않아서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야 글을 올리게 되었네요.


아마도 글이 잘 나오지 않은 이유는 '인간 유시민'에 대한 저의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이러한 혼란은 현재 진행형이기도 합니다.


그는 참 이상한 사람입니다. 존경하고 싶은 마음이 슬슬 올라오다가도,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나 주장을 해서 '나와는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의 위치로 내려왔다가 또 곰곰히 생각해 보면 닮고 싶은 부분이 있는, 이건 뭐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내맘을 왔다갔다 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입니다.


유시민 작가는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글 잘쓰는 정치인'입니다. 사실 정치인을 빼고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글 잘쓰는 사람'이라고 해도 문제가 없겠네요. 그가 20대 초반에 작성하였던 항소이유서는 대한민국 검사 판사들중 읽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명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유해진 것으로 보이지만 (특히 몇년간 출연하고 있는 '썰전'과, 얼마전까지도 방영했던 '알쓸신잡'이 한몫했죠) 정치인 시절의 그는 쉽게 말을 걸기 어려울 법한 인상의, 까랑까랑한 정치인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치인으로 활동하기 이전에는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사람이고, 주사파와의 노선 투쟁을 했던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분이기 때문에, 민주화의 업적에 대해서는 충분히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그래도 많이 중립적인 감정으로 돌아왔지만, 얼마전의 '문재인 케어'에 대한 썰전에서의 발언으로 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었습니다. 


저는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가 생각하는 대의를 위해서 아닌것을 맞다고 하고, 맞는것을 아니라 할 때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표현의 기술'에서 그가 직접 한 말입니다.)


저에게 제일 싫어하는 인간상을 하나만 뽑으라면, 저는 위선자를 뽑겠습니다.


유시민씨가 위선자인것 같냐고 물으신다면, 그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아닌척, 모른척 한 것은 여전히 기분이 나쁩니다. 더구나 '그가 생각하는 대의'가 잘못되었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정치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거나,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을 올리는 것은 조심스러운 스팀잇이기에 정치적 입장을 배제한 글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유시민씨가 이 책에서 '정치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글은 없다'고 하였듯이, 한 인간, 그리고 그의 주장 대한 논의를 하는데에 있어서 정치적인 부분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특히 유시민씨처럼 아주 유명한 진보 논객이며 대놓고 '나 진보다!'라고 말씀하시는 분의 경우에는 그에 대한 비판이 마치 '이념 논리'를 가지고 접근한 사람처럼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조심스럽습니다. 


저는 정치적으로 스스로를 중도라고 생각하며, 유시민 작가의 모든 부분을 부정하는 사람이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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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존경하던 지식인에서, 평범한 인간으로 지위가 내려오신, 유시민 작가의 책이다. 나는 의료 종사자 입장에서 작금의 '문재인 케어'에 대한 그의 발언을 보면서, 그의 태도와 '정치 나팔수'다운 태도에 인간적으로 실망하였다.


2006년 보건부장관을 했던 시절, "선택진료는 취지에는 맞지 않으나, 말도 안되는 의료 수가로 병원의 경영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필요악이다."라고 표현했던 그가, 썰전에서 선택진료에 대해 했던 말은 그가 일말의 양심조차 팔아먹고 정권을 위한 나팔수(그가 썰전에서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기꺼이 정권의 어용 지식인이 되는 행위)를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하였다.


<링크 :  [선택진료제를 둘러싼 논쟁,유시민 ″선택진료제는 필요악?″](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143&aid=0000021312)>


그에 대한 생각이 변해서 그런가, 이 책의 초반부를 읽었던 과거의 나와 달리, 후반부를 읽으면서는 그의 표현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 그의 표현에 동의하는 것이니까 이건 마음에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는 힘찬 저항시로 이름을 날렸던 어떤 시인이 실생활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권위적이었다던가, 섬세하고 나긋한 서정시를 썼던 작가가 알고 보니 권력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속물이었다는 따위의 말들로 그와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현한 작가들을 돌려까기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다지 신사적이지 않은 위와 같은 문장을 보면 그가 이 책에 쓴 "자신이든 타인이든, 사람에 대해서 지나친 신뢰를 보내지는 않는 게 현명하겠지요"라는 말은 역설적으로 동의할 법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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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을 보면서 유시민은 역시 인정할 만한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했던 대목이 있었다. (그때까지는, 유시민이라는 사람을 인간적으로 좋아했고, 존경한다고까지 표현할 수도 있었다)


정재승 교수와 냉동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냉동인간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인간의 어리석음을 느낀다" 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논쟁이 진행되면서, 정재승 교수의 날카로운 질문에 사실상 "발렸다" 라거나, "논쟁에서 졌다"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는 범위까지 내몰리게 된다. 


사실 여기까지는 정재승 교수가 말을 그렇게 잘하는 사람인지 몰라서, 그에 대한 놀라움이 컸다. 나는 사실 그가 다른 출연진에 대해서 말이 과도하게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유시민은 여기서 패배를 인정하고,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인정한다. 얘기를 해보니까, 자기가 너무 편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모습은 한국 사회의 토론 문화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일이며, 특히 그의 나이대의 어른들에겐 쉽게 볼 수 없는 태도였다.


그래서, 그모습을 그려보며 나는 어쩌면 그에대한 일말의 희망은 가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가 책에 쓴대로, 보건복지부 장관을 하던 시절은 '이성'에 의해 내린 판단이었고, 지금 했던 말은 '직관'에 따른 말이었다고.


그러다가도 또 다시한번 생각해보면 유시민정도 되는 사람이 의료계의 현실을 모르고 그렇게 얘기했을리가 없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표현의 기술'에서 과거 정치하던 시절 "싸우지좀 마!"라는 할머니 앞에서 "아이고~ 죄송합니다 안싸울게요" 라고 하면서 속으로는 "여야가 싸워야 잘하고 있는겁니다." 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뭐 위선(가식에 가까우려나)은 귀엽게 받아들여 줄 수 있다.


그렇지만 정치인의 위선은 그 위선으로 인해서 피해를 입는 사람이 없거나, 그 피해자가 정치인 본인인때를 제외하고는 옹호될수 없다. 그래서 그의 '문재인 케어'에 대한 위선은 나를 실망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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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제목과 작가만 보고 집어든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면 유시민 작가만큼은 아니라도 글쓰기에 많은 도움을 받을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을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물론 전체적인 책의 흐름은 글을 도구로 하여 나를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렇지만 역시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글을 쓰는' 유시민 작가의 글이라서 그런지 중간중간 자신의 정치적 색을 확연히 들어내는 부분이나, 자신에 대한 비판을 통렬하게 받아치는 (심지어 좀 심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부분도 있다.


뭐, 나야 유시민 작가 본인이 아니기에, 또 내노라하는 지식인들과 논쟁하는 방법은 평범한 사람들의 논쟁법과 다를 수도 있기에 본인의 판단을 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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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유시민 작가의 책'이라고 생각하고 집어 들었다. 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책을 읽으면서 만화를 그려주신 '정훈이' 만화가가 5:5의 비중은 아니지만, 7:3정도의 비중은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훈이'라는 분의 그림을 이번에 처음 보았다.(적어도 의식하고 본 것은 처음이다.) 나름 '명랑만화'를 하시는 분이라고 소개하셨는데, 책의 초반부에는 개그 코드가 나와 너무 안맞아서 뭐 이런 개그를 하지?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자꾸 보다보니 꽤 재밌다. 책의 말미에 다가갈수록 그의 페이지가 기다려지기까지 하였다.'


그는 나름 담담하게 만화에 큰 뜻이 없었던 자신이 어떻게 만화가가 되었는지를 그림으로 설명한다. 더불어 자신이 어떻게 정치적 가치관을 성립하게 되었는지도.


유시민 작가의 글은 논리적으로 빈틈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유시민 작가가 쓴 것 처럼 '나에게 더 와닿는 글, 나를 공감시키는 글'은 개인적으로 '정훈이'만화가의 만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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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이라고 썼는데, 다시 읽어보니 '유시민 작가에 대한 나의 생각'에 가까운 글이 되어버렸군요. 자신의 마음을 반영하는 것이 글이니 어쩔수 없긴 하지만, 유시민 작가가 글에서 말한 것처럼 이런 경우에는 원래 써둔 제목을 바꾸는 것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제목을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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